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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한국어와 태권도의 궁합
 작성자 |  Admin   작성일 |  2011/09/06 1:55 pm

                                  한국어와 태권도의 궁합

                                                        박 갑 수 (본회 이사ㆍ서울대 명예교수)

   요즘 한국문화(韓國文化)가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소위 “한류(韓流)”가 세계인을 매혹해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드라마와 가요로 대표되는 우리 문화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의 문화는 드라마와 가요만이 아니다. 사실은 이들보다 먼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문화가 있다. 그것은 한국어와 태권도다.

   한국어는 우리의 민족어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正體性)을 드러내 주는 대표적인 문화다. 인생의 대원칙은 협동에 있고, 이는 언어(言語)에 의해 이루어진다. 언어가 없으면 소통이 되지 않아 문화 자체가 형성될 수 없고, 인간 상호간의 소통도 불가능해진다. 이에 세계열강은 다투어 자국어(自國語)를 세계화(世界化)하고, 이를 통해 상호간에 우호관계를 수립하려 한다. 미국의 아메리칸 센터,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같은 것이 이런 예들이다. 미국의 경우는 영어를 세계에 보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초ㆍ중ㆍ고교에서 모든 학생이 외국어와 외국문화를 습득하도록 함으로 상호이해(相互理解)의 폭을 넓히고 있다. 구주연합((EU)도 모국어 외에 두 개의 외국어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하나의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그간 우리는 한국어(韓國語) 보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다행히 국력이 신장되고 경제 대국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우리말이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한국어는 60여개국, 약 800개 대학과, 8개국 1500여개 중ㆍ고등학교에서 가르쳐지고 있다. 미국의 “국가 안보교육 프로그램(National Security Education Program)”은 국가안보, 국가경쟁력 강화, 국제교류의 증진을 위해 학습해야 할 주요 언어 8개 가운데 한국어를 포함시켜 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동남아에서는 젊은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중국의 어떤 대학은 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학습하고 있기도 하다. 바야흐로 한국어 붐이 일고 있다. 이런 때 마침 정부에서도 “세종학당” 설립 계획을 세워 2007년부터 해외에 한국어를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국어를 정부가 앞장서서 보급하는 것은 언어제국주의(言語帝國主義)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 앞에서 언급한 아메리칸 센터나 괴테 인스티튜트 같은 기구도 실은 민간기구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국어 보급도 정부가 아닌, 민간기구에서 수행하게 하는 것이 오해를 사지 않아 좋고, 바람직할 것이다.

   태권도는 우리의 대표적인 무예요, 스포츠로 세계화된 우리의 문화다.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수박(手搏), 태껸에 소급된다. 일찍이 이는 고구려의 선배(先輩), 신라 화랑의 수련 수단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때엔 무예로서만이 아니라, 스포츠로까지 발전하였고, 근세에 접어들어 대중화하였다. “태권도”란 이름은 현대에 와서 이 전통적인 무예를 스포츠로 정비하며, “태껸”과 비슷한 발음의 “밟을 태(跆), 주먹 권(拳), 길 도(道)”자를 써 발과 손을 쓰는 무도(武道)라는 뜻으로 새로 명명한 것이다. 이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정식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며 마침내 세계화되었다.

   태권도는 오늘날 200개국에 협회가 결성되어 있으며, 그 인구가 7,000만에 달한다. 태권도가 이렇게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그 기술이 뛰어나고, 수련 목적이 훌륭한 데 있다 하겠다. 육체적 수련의 목적은 공격 아니라 호신(護身)에 있어 그 기술이 평화 지향적이고, 정신적 수련의 목적은 예(禮)에 있기에 대상에 따라 충(忠)ㆍ효(孝)ㆍ경(敬)ㆍ성(誠)ㆍ신(信)ㆍ의(義) 등으로 나타난다. 태권도는 특히 정신적 교육목적이 예(禮)이어서 사회적으로 사랑을 받는다. 정서가 불안한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선도하고, 인격적으로 바로잡아 주기 때문에 특히 미국에서 인기인 것이 그 구체적 증거이다.

   이 세상에 단일한 민족문화((民族文化)란 존재하지 않으며, 문화란 상호 교류되면서 형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도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문화교류(文化交流)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호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고, 우호적 관계를 수립하며, 문화발전에 상승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지명도가 높아지면 따라서 국가 브랜드의 가치도 높아지게 된다.

   한국어와 태권도는 궁합이 잘 맞는 우리의 대표적 문화의 한 쌍이다. 태권도는 구령이나 용어가 “차려, 비틀어꺾기, 걸어넘기기”와 같이 우리말로 되어 있어 한국어를 쓰지 않고는 경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구령을 한국어로 하지 않거나, 도장(道場)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지 않으면 “가짜 태권도”라고까지 한다고 한다. 이렇게 태권도는 한국어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태권도를 해외에 보급하는 경우에는 한국어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문화 국제교류 운동본부”는 이러한 한국어와 태권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 두 문화를 함께 해외에 보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생각하여 문화교류 운동을 위해 설립된 단체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한국어와 태권도가 해외의 각급 학교에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도록 하는 운동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문화의 교류는 이해와 친선ㆍ우호를 다지며 세계문화 발전을 도모한다. 자문화중심(自文化中心)의 폐쇄적 사고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벗어나 문화상대주의적(文化相對主義的) 입장에서 가슴을 열고, 상대방을 인정하며 교류하는 자세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문화의 세계화(世界化)는 일방적이 아닌,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풍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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